출간일 | 2023-07-20 | 상품코드 | 1285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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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127×188 | 상품 무게 | 0.00g |
ISBN | 978-89-321-1863-5 03230 |
“이 책을 읽으면 당신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된다.”
일상, 믿음, 은총의 체험 속에 다채로운 빛깔을 담은 문장들
찬란하게 빛나는 일상의 순간들을 노래하는 브라이언 도일의 에세이가 한국에서 첫선을 보인다. 미국 문학계의 대표 주자인 브라이언 도일은 소설가이자 시인, 에세이스트로서 24권 이상의 책을 발표하며 미국 예술문학 아카데미 문학상 및 푸쉬카트상 등을 수상했다. 아직 한국 독자들에게는 낯선 이름일 테지만, 그가 한국에서 처음 내놓는 《찬란한 존재들》 안에는 우리에게 충분히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사연이 가득하다.
이 책은 브라이언 도일이 잡지를 포함한 여러 매체에 소개했던 글들을 모으고 다듬어 만들었다. 저자는 일상에서 발견하게 되는 친절과 기쁨, 사랑과 은총을 만날 때마다 주의 깊게 들여다본 순간들을 경쾌하고 재치 있는 문장으로 풀어낸다. 그러나 그 작은 순간들이 주는 울림은 결코 작거나 가볍지 않다. 브라이언 도일만의 독특하고도 예리한 통찰력으로 신앙, 가족, 삶의 의미 등 지금 이 시대에 꼭 돌아봐야 할 중요한 모든 것에 대해 나눈 이야기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그 이야기 끝에서 사랑의 빛을 가득 머금은 존재들이 우리 곁에 무수히 많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브라이언 도일은 같은 세대의 어떤 작가보다 힘주어 신앙을 이야기한다. 오늘날의 문학 풍토에서 신앙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용감하고 독창적이고 반항적이다. 고압적이거나 권위적인 태도 없이, 그는 찬란하게 빛나는 일상 속 사건들, 커다란 의미를 지닌 작은 깨달음들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무엇보다 그는 방심하고 있던 당신에게 은근슬쩍 다가가 큰 웃음을 준다. 이 훌륭한 에세이를 쓴 작가의 작품은 오래 남을 것이며 명성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 이언 프레이저(《대평원Great Plains》 저자)
생동감 넘치는 자유로운 문체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작지만 따뜻한 순간들을 포착하다
한국에서 처음 소개하는 브라이언 도일의 《찬란한 존재들》은 평범하고도 사소한 일상을 잡아낸 기록이자, 그 속에서 얻게 된 작은 깨달음들의 모음집이다. 브라이언 도일은 미국 문학계에서도 상당히 개성 강한 문체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아주 긴 문장을 구사하거나 비슷한 의미의 단어를 자주 반복하여 사용하는 등 기존 영어 문법의 규칙을 자유롭게 넘나든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의 독특한 문체보다도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에 주안점을 두고 싶다.
저자는 평범한 순간과 일상적인 만남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그 이야기 속에서 세상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을 진지하고 예리하게 꿰뚫어 보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도 하고 믿음과 은총의 깊이를 더하는 깨달음들을 얻기도 한다. 1장 ‘천사는 어디에나 있는 듯하다’, 2장 ‘사랑의 빛을 가득 머금은 존재들’, 3장 ‘저녁 무렵의 사소한 기억’, 4장 ‘잊지 못할 순간’이라는 순서대로 가족, 성당, 부모, 꿈, 육아, 게임, 아픔, 야생동물, 야구, 농구, 낚시 등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가 들려주는 진솔한 글 속에서 우리 역시 다양한 삶과 사람 이야기에 감동하고 감탄하게 될 것이다. 또 어떻게 해야 그만큼 일상에서 많은 사랑을 발견하고 나눌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되리라.
활자를 다루는 뛰어난 기술자,
하느님의 사랑을 정교하게 그려 내다
이 책은 ‘신앙 에세이’일까? 책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추도사에서 저자의 아버지는 브라이언 도일을 이렇게 소개한다. “그는 단연코 미국 최고의 이야기꾼이었습니다. 활자를 다루는 뛰어난 기술자였지요. 문법 규칙을 자유자재로 활용하여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을 단어로 그린 그림으로 정교하게 표현했습니다.” 그만큼 브라이언 도일의 글이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는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아일랜드계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나 신앙심 깊은 부모 밑에서 자란 덕에 가톨릭이라는 종교가 삶을 살아가는 데 단단한 기준이 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어린 시절 성당에서, 전례 중에 있었던 일을 어제 일처럼 추억하기도 하고, 세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 속에서 하느님의 거룩함을 느끼기도, 이웃의 아픔을 내 일처럼 아파하는 등 교회의 가르침을 따라 일상의 많은 순간을 애정 어린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누군가에게 삶은 하염없이 흘러가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히 일상을 돌아보게 되고 그 안에서 아직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나 주변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떠올려 보며 매 순간 쏟아지는 찬란한 기적에 관해 곱씹어 보게 된다. 그리고 그 기적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느님께서 우리 곁에 언제 어디에나 계신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당신은 이제껏 그 은총의 손길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을 뿐이다. 《찬란한 존재들》에서 비추는 오색찬란한 삶의 감동 속에 머물며 우리에게 다가오는 놀라운 영적 속삭임을 체험해 보길 바란다. 이제껏 제대로 마주하지 않았던 삶의 기쁨을 한 조각 음미하고 나를 어루만져 주시는 분 가까이 손을 뻗게 될 테니까.
추도사 사랑을 그린 최고의 이야기꾼 · 9
1장 천사는 어디에나 있는 듯하다
널브러진 형제들 · 19
하느님 · 22
남동생 · 26
찬란한 존재들 · 30
100번가 · 33
첫 묵주 · 37
그 짧은 시간 · 44
그날 아침 · 48
고인과의 대면 · 52
우리가 날마다 저지르는 살인 · 56
게임 · 61
진짜 아저씨 코예요? · 65
번트 · 70
여덟 가지 터무니없는 거짓말 · 74
2장 사랑의 빛을 가득 머금은 존재들
사복음서 · 83
지하실의 낡은 타자기 · 88
여기에 먹을 것이 좀 있느냐? · 93
새에서 새로 · 98
고무줄 바지 · 102
어느 슈퍼마켓의 죽음 · 106
내 탓이오 · 111
태평양 연안 북서부에서 낚시하는 법 · 116
더 이상 아이들을 차로 실어 나르지 않는 것에 대하여 · 120
경야 · 124
총알 · 128
신념을 지킬 용기 · 132
3장 저녁 무렵의 사소한 기억
우리 집의 모호크족 · 139
평화의 사람들 · 143
체스 이야기 · 147
가로등이 없는 비탈길에서 · 151
망자 · 157
퀸스에서 · 161
실종 · 166
내 글에 대한 독자들의 편지와 의견 모음 · 169
성 프란치스코 제3회 · 172
해변으로 · 177
웅크리기 · 183
우리의 텁수룩한 삼촌들 · 188
미사 참례 복장 · 192
스카풀라에 관하여 · 197
새끼 토끼 · 201
4장 잊지 못할 순간
힘든 일이니까요 · 207
신입생 때 외로우셨나요? · 212
벨로키랍토르의 죽음 · 216
앤젤린 · 220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우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하지 않는 방법 · 225
샌들러 오닐의 아이들 · 229
결혼식 날의 짧은 생각 · 234
아빠의 언덕과 계곡 · 238
버스에서 · 242
매의 언어 · 246
한때 조약돌이었던 지금의 절벽 · 250
최후의 보루 · 254
너희가 표징과 이적을 보지 않으면 · 260
칼리프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에게
보내는 공개편지 · 264
너희와 너희의 아이들을 위한 기도 · 269
감사의 말 · 278
옮긴이의 말 · 280
내가 소설을 쓰는 것은 아버지와 낡은 타자기, 지하실에서 들리던 아버지의 경쾌하고 숙련된 타자 소리 덕분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아버지는 여전히 우리의 영웅이고 우리는 아버지를 사랑하고 그어느 때보다 아버지처럼 되고 싶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 소설들은 아버지가 쓰기 시작했지만 끝내지 못한 소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버지를 대신해 소설을 마무리한다. 화들짝 잠을 깬 아버지는 낡은 타자기를 보고 애잔한 미소를 짓다가 위층으로 살금살금 올라가 아이들을 깨운다. 그런 아버지를 떠올리며 이 글의 마지막 몇 단어를 검지로 두드리는 나는 턱수염 위로 눈물을 주르르 흘린다.
― 92p. ‘지하실의 낡은 타자기’ 중에서
형은 퉁명스럽고 무뚝뚝하고 잡담도 할 줄 몰랐지만 우리는 형을 사랑했고 형은 우리의 영웅이었다. 이 모든 일이 있기 전부터 우리는 형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이 일이 있고 나서부터는 더더욱 형처럼 자라고 싶어졌다. 이제는 아버지도 형을 영웅이라 생각하시기 때문이었다. 형에게는 신념을 지킬 용기가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당신에게 신념을 지킬 용기가 없다면 당신은 그저 빈 수레, 투명 인간, 속빈 강정, 바람만 잔뜩 든 영혼, 탁월풍에 이리저리 휩쓸리며 쨍그랑거리는 풍경, 아무 치수도 무게도 특징도 없는 존재일 뿐이다.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
― 135-136p. ‘신념을 지킬 용기’ 중에서
나는 우리가 사랑이라는 단어를 말할 때 의미하는 것을 가리키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고 싶다. 체스라는 단어라면 그 역할을 멋지게 해낼 것이다. 체스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사랑스러운 단어다. 경기가 끝나고 서로 악수를 나누면서 나는 세계 역사상 나보다 행복한 아버지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세계의 길고 험난한 역사를 통틀어 아무도 없었으리라.
― 149~150p. ‘체스 이야기’ 중에서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형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다. 결혼식 날 턱시도를 입은 형, 박사 학위를 받던 날 찰랑이는 졸업 가운을 입은 형, 아이들이 태어난 날 기뻐하며 작은 빵 덩어리 들 듯 아기를 들어 올리던 형, 심지어 죽기 전 몇 주 사이 수척한 얼굴로 환히 웃던 형이 떠오를 법도 하지만, 황혼녘에 우리의 자전거와 서핑 보드를 차고로 운반하던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형이 가장 기억에 선명하다. 우리가 가장 또렷이 기억하는 것들, 우리의 기억에 가장 의미 있게 남아 있는 것들은 세상의 척도로 볼 때 아주 사소한 것들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절대 하찮지 않다. 그것들은 너무 거대하고 소중하고 거룩해서 우리에게는 아직 그것들을 담을 만큼 큰 단어가 없다. 그래서 그 근처에라도 가려면 암시나 비유의 힘을 빌려야 한다.
― 180~181p. ‘해변으로’ 중에서
미사에 가기 위해 차려입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우리의 가엾은 어머니는 여러 시간 동안 무엇이든 눈에 보이는 족족 다림질하여 우리를 사람들 앞에 내놓을 준비를 시켰다. 사실 우리는 그런 관습에 대해 투덜대고 구시렁대며 불평하고, 프로 축구 선수들처럼 징징대고 끙끙대던 시절이 있었다. 나 역시 미사에 참석할 때 최고로 좋은 옷을 차려입는 습관은 버린 지 오래지만, 가끔은 좀 차려입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추억 때문은 아니고, 서핑 반바지를 입은 청년에게 분위기 파악 좀 하라고 눈치를 주려는 것도 아니다. 아니, 그런 관습은 존중, 겸손, 의례, 경의와 설명하기 힘든 관계가 있다. 어릴 때 나는 미사에 가려고 차려입는 것이 우스꽝스럽고 쓸데없는 공연 예술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그것이 경외감 같은 것을 몸으로 표현하는 행위가 아닌가 생각한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위해 우리는 찬찬히 신중히 준비하여, 번듯하고 어엿하고 그럴듯한 모습을 내놓는다. 아직 우리가 꼭 들어맞는 단어를 찾지 못한 대상을 말하는 한 가지 수단으로.
― 195~196p. ‘미사 참례 복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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