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정치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발언하는 것에 대해 불편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 엄연히 정교(政敎) 분리 사회에서 왜 종교가 정치에 참견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가톨릭교회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오해다. 오래전부터 교회는 그리스도의 세 가지 직분 중의 하나인 예언직을 수행하면서 인간 세상에 ‘사랑의 문명’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해왔으며, 특히 근대에 이르러 ‘사회교리’라고 불리는 일련의 회칙을 발표함으로써 그리스도인들이 세속의 삶 속에서도 복음적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왔다. 사회교리는 곧,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인 것이다.
이 책은 지난 2013년 8월에 출판된 살며 배우는 [사회교리]의 후속 작업으로, 2014년 1월부터 14개월간 <평화신문>에 연재했던 사회교리에 관한 단상들을 묶어 수정ㆍ보완한 책이다. 『살며 배우는』 사회교리가 사회교리를 친근하게 느끼도록 안내하는 책이라면, 이 책은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가 출간한 『간추린 사회교리』를 바탕으로 독자들이 좀 더 사회교리를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그래서 전체적인 구조의 틀은 『간추린 사회교리』를 따르고 있으며, 필자가 일상 속에서 경험한 일들을 사회교리와 관련지어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 50개에 이르는 소주제들은 인권, 사회교리 원리, 가정, 노동, 경제생활, 정치(공동체), 환경, 평화, 사회사목 등, 사회교리의 광범위한 영역을 차례차례 다루고 있으면서도, 각 주제 당 분량이 많지 않아, 읽기에 부담이 없다.
필자가 전작 『살며 배우는 사회교리』부터 이 책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노력하고 있는 것은, 독자가 사회교리를 친근하게 받아들여 각자의 삶의 실천원리로 삼을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교리가 하나의 뜬구름 잡는 소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의 생활 나침반으로 작동하고, 그로 인해 사랑의 문화가 충만하는 것, 그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본문 중에서
교회는 사회교리를 통해 교회에 믿고 맡기신 것을 이 세상 안에 선포하는 과정을 수행해 나간다.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이루어주신 자유와 구원의 메시지, 하느님 나라의 복음이 인간의 역사 안에 현존하게 만드는 곳이다. 복음을 선포함으로써 교회는 진정으로 인간이 그리스도와 일치될 수 있도록 이끌며, 세상을 하느님 뜻에 맞는 세상으로 변화시키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과정을 일컬어 사회교리를 통한 복음화 과정이라고 말한다.(52쪽)
가톨릭교회에서는 이러한 노동의 주관적 의미에 주목한다. 주관적인 의미에서의 노동은 노동 그 자체에 특별한 존엄을 부여하며, 인간의 노동을 단순한 상품이나 비인격적인 생산 도구로 간주될 수 없게 만든다. 노동을 객관적 가치의 크고 적음과는 별도로 개인의 본질적이고 인격적인 행위로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가톨릭교회는 노동자를 생산 도구, 물질적 가치만을 지닌 단순한 노동력으로 격하시키려는 모든 시도들을 거부한다.(148쪽)
사회교리는 인류의 전인적인 발전을 위해 빈곤 퇴치를 강력하게 주장한다. 빈곤 퇴치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교회의 우선적 선택’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가톨릭교회가 사회교리 전체를 통해서 줄기차게 강조해왔던 ‘재화의 보편적 목적’에 해당한다.(226쪽)
사회교리에 대해 연재하며 느낀 점은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며, 사회교리를 배우고, 일상생활 속에서 사회교리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교리를 통한 사회복음화에 대한 노력은 교회 공동체 전체를 들어 가장 필요한 일이며, 세상을 변화시켜 나아가는 기초적인 작업이 될 수 있다.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는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혼돈과 절망 속에 빠져 있는 오늘날의 현대인에게 다시 한 번 하느님께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3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