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
이 책은 평소 성체 조배를 자주 하시는 분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성체 조배를 열심히 하시는 분에게는 책이 별로 필요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체 조배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이나 혹은 성체 조배를 하고 싶어 하는 분에게는 약간의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신학교 입학 때부터 매일 성체 조배를 했습니다. 그때 저에게 도움을 주었던 것이 성체 조배에 관한 책들이었습니다. 저는 그 책을 가지고 매일 성체 조배를 했고, 그 책으로 성체 조배에 점차 맛 들이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매일 성체 조배를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성체 조배를 하던 중에 성체 조배에 관한 책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성체, 미사’인데, 이것의 핵심에 대해서 제가 느낀 것을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성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서 성교회는 이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교회의 모든 교역이나 사도직 활동과 마찬가지로 다른 여러 성사들은 성찬례와 연결되어 있고 성찬례를 지향하고 있다. 실제로, 지극히 거룩한 성체성사 안에 교회의 모든 영적 선이 내포되어 있다. 곧 우리의 ‘파스카’이시며 살아 있는 빵이신 그리스도께서 바로 그 안에 계신다. … 성찬례는 분명히 모든 복음화의 원천이며 정점이므로, 예비 신자들은 성찬례에 참여하도록 단계적으로 인도되고, 이미 거룩한 세례와 견진으로 인호를 받은 신자들은 영성체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몸’에 온전히 결합된다
- 〈사제의 생활과 교역에 관한 교령> 5항
성당에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들이 많습니다. 열심히 묵주 기도하는 사람, 열심히 성경 공부하는 사람, 열심히 봉사 활동하는 사람 등등. 그런데 저는 그런 그들이 대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것은 그 모든 신심 활동의 최종 목적지가 성체 예수님이 되어야 하는데, 다른 활동은 열심히 하면서 정작 현존하시는 성체 예수님에 대한 신심을 가진 사람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을 신앙의 핵심을 잃어버린 사람 혹은 목적지를 망각한 사람이라고 말한다면 너무 과격한 표현이 될까요?
저는 성체 조배를 통해서 주님으로부터 많은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중 제일 큰 은혜는 성모님을 알고 사랑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성모님을 많이 사랑하고 있고, 또 성모님께 의지하며 매일 묵주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성모님은 이제 저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이런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저를 이끌어 주신 분이 바로 성체 안의 예수님이십니다. 성모님께 열심히 기도하기 전부터 이미 저는 성체 조배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성체를 사랑하는 사람은 성모님을 사랑하게 되어 있고, 성모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성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둘은 우리 교회의 보배이며 신앙의 두 기둥입니다. 이 두 기둥을 사랑하는데 주님께서 사제 생활을 하는 저에게 한없는 은총을 베풀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만일 여러분이 저처럼 성체 조배를 열심히 한다면 성체 예수님은 분명 여러분에게 세상적으로나 영적으로나 필요한 은총을 풍부히 내려 주실 것입니다.
오늘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갈수록 공허함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교회에 냉담 교우가 증가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또한 갈수록 세상에는 정신적·심리적으로 병들어 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결국 마음의 중심에 예수님이 계시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요? 예수님이 우리 마음의 중심이 된다면 우리는 분명 정상적인 신앙인이 되고, 또 행복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그것을 얻는 방법은 직접 예수 그리스도께 나아가는 것이고, 그 예수님은 바로 여기 성체 안에 계십니다. 성체 예수님 앞에 자주 나오는 사람은 예수님의 변화를 목격한 베드로가 고백했듯이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주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마태 17,4).
이 책은 ‘사랑이 피는 기도 모임’의 젊은이들에게 매월 성체 조배 때에 행한 강론을 엮은 것입니다. 젊은이들을 예수님께로 이끌기 위해서, 또한 제가 성모님을 사랑하고 성체를 더욱 사랑하도록 언제나 희생과 기도를 주님께 봉헌해 주시는 이 마리안나 회장님께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많은 신자가 성체 예수님을 사랑하는 때가 어서 빨리 오기를 성모님께 청하며 이 책을 성체 예수님께 바칩니다.
2015. 5. 1.
성모 성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