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고, 듣고, 그분과 함께 걸으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이 베르골료 추기경으로서 아르헨티나에서 2012년 4월에 출간한 책으로 그분의 영성이 가득 차 있는 글이다. 추기경 시절, 예수회에서 활동하고 있을 때부터 지도했던 사제와 수도자 대상 피정에서 한 강의를 모아 엮은 것으로, 각각의 주제가 끝날 때마다 ‘기도와 묵상’ 부분에 성경 말씀, 시, 찬가 등이 실려 있어 한 박자 쉬어 가며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모두 4부로 나누어져 있고, 1부와 3부는 사제들을 대상으로, 2부와 4부는 영신수련 피정과 묵상 방식에 익숙한 수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묵상 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복음 안에서 예수님을 만난 이들과, 그들과 예수님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주님을 만나는 자세를 성찰하게 한다. 전통적인 이냐시오 영성에 따라 예수님의 모습을 주변 인물들과 함께 발견하며 예수님 말씀의 의미를 발견하게 한다.
제2부에서는 구원의 역사를 주제로 삼고 우리의 인생을 구원 역사의 한 부분으로 만들게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신부新婦인 ‘교회’를 다루어 우리가 교회를 위해 일하는 데 결정적인 자극과 원동력을 얻게 한다. 저자는 ‘친교의 교회’라는 틀 안에서 믿음의 복음화를 회복하려면 사도적 사명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긴급하고 도전적인 부르심이라고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제3부에서는 가시적 교회가 역사 안에서 가질 수 있는 위대함과 허물, 빛과 어두움을 함께 묵상한다. 특별히 요한묵시록을 통하여 어린양의 신부가 가지는 순수함과 거룩함을 표현하는데, 프란치스코 교황의 표징적 스타일이 잘 표현된 부분이다. 천천히 곱씹으면서 읽으면 교회의 참모습을 발견하고 사랑하게 되리라 본다.
제4부에서는 기도가 우리의 생활 안에서 어떻게 태어나고 성장하는지를 묵상한다. 인생 자체가 몸의 기도라고 표현하며 우리의 삶을 특별히 구약성경에 나온 인물들과 비교하며 묵상을 제시한다. 기도를 다룬 이 부분의 주요 주제는 예수 그리스도와의 첫 만남에서 묵상할 인도하시도록 내맡김이다.
“교황으로서 사명을 수행하시는 그분의 사상과 신앙의 뼈대가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수많은 사람을 매료시키는 그분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예수님 사랑과 십자가를 향한 헌신이 이 글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예수회 관구장 정제천 신부의 추천 글 中)
책 속으로
예수님은 우리를 찾고 계십니다. 그러나 무턱대고 찾으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마음 상태에 따라 찾아오십니다. 우리가 깨어 있기 위해 노력할 때 우리는 식별력을 지녀 그분을 알아 뵙고 만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주님이 우리 곁을 지나가시는데도 보지 못하고, 그분을 잘 ‘알면서도’ 알아보지 못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기도를 통해 깨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분이 ‘가던 길을 계속 가시려는 듯’이 보일 때 가지 못하시도록 붙잡을 수 있습니다.
28쪽
모든 사제와 봉헌된 이들은 자신의 삶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맺는 우정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그분과의 우정 안에서 자신의 삶을 풀어내야 합니다. 우정은 더불어 살아갈 때 생겨나고, 자라고, 견고해집니다. 여러분에게 주님을 관상하는 시간을 가질 것을 제안합니다. 그분의 사도적 삶을 다룬 성경 구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바라보고, 듣고, 그분과 함께 걸으십시오.
35-36쪽
하느님은 멀리 계신 분이아닙니다. 모든 성장에 함께하시는 아버지이시고, 기르시는 일용할 빵이며, 원수가 당신의 자녀들을 이용하는 순간에 가까이 계시는 자애로운 분입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자녀가 청하는 것을 적절한 때에 주시는 아버지이시지만, 주시든 주시지 않든 하느님은 언제나 당신 자녀들을 사랑하십니다.
49쪽
우리는 동정이요 어머니이신 마리아의 신비를 사랑하듯 교회의 풍요로운 결실의 신비를 사랑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랑의 빛 안에서, 보잘것없는 종의 신비를 살아가지만, 주님은 우리를 “착하고 성실한 종”이라고 부르실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아야 합니다.
72쪽
회개는 은총입니다. 우리는 이 은총을 청해야 하며, 이 청원 기도에 많은 시간을 바쳐야 합니다. 우리를 흔들어 깨울 예수님의 말씀이 필요합니다.
105쪽
우리가 얼마나 재물에 마음이 가 있는지를 기도 중에 깊이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러한 삶의 태도에서 벗어나게 되기를 주님께 청합시다. 하느님 나라의 희망은 분만의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주님께서 우리에게 기억시켜 주시기를 청합시다.
123쪽
우리 안에 있는 하느님의 생명은 사치품이 아니라 일용할 양식이므로 기도와 보속으로 보살펴야 합니다. 그 기도와 보속의 정신은 아무리 큰 역경 속에서도 우리가 희망을 품고 하느님의 길을 따르게 할 것입니다.
126쪽
우리의 시선을 예수 그리스도께 고정해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십시오.” 예수님은 당신이 들어 높여질 십자가를 향해, 하늘나라를 향해 결연히 걸어가십니다. ‘우리가 그분과 함께 죽으면 그분과 함께 살 것입니다.’ 자신의 죽음과 부활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삶의 중심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216쪽
기도의 길에 들어서려면 우리 자신을 떠나야 합니다. 떠나는 법을 안다는 것은 도망치거나 자신을 소외시킨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약속된 땅으로 인도하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따른다는 것입니다.
258쪽
기도는 막연해서는 안 되며, 깊은 뿌리와 끈기가 있어야 합니다. 기도는 어려움 가운데서도 끈기 있게 계속하는 ‘후렴’과도 같습니다.
265-266쪽
기도하고 순명할 때 우리는 끝나가고 있는 것과 시작되고 있는 것이 무언지 알아챌 수 있습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한쪽 문이 닫히면 언제나 다른 문이 열리며, 어떤 것도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압니다.
269쪽
충실한 제자가 된다는 것은 자기 비움과,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길을 따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분의 진정한 제자들은 자신들의 주님을 위해 사랑으로 이 길을 따랐습니다.
335쪽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육으로 나타나시어 상처 입은 손과 옆구리를 만져보게 하십니다. 그 몸과 그 상처, 그 육체는 모두 중재의 통로입니다. 더욱이 예수님의 몸 말고는 아버지께 가까이 갈 수 있는 다른 길은 없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몸을 보시고 그 몸에 구원을 베푸십니다.…우리는 그리스도의 상처를 통하여 아버지를 만납니다. 이렇게 당신의 영광스런 육 안에 충만히 살아 계신 그리스도는 우리 가운데에도 살아 계십니다.
34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