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인간을 위한 빛으로서의 구약성경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이 오늘의 우리를 압도하는 선물을 점진적으로 파악하였음을 아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가? 그것은 주로 역사적 관심의 문제가 아닐까? 우리가 모든 진리를 파악하기 위하여 묵상해야 할 성경의 형태는 신약성경의 형태가 아닐까? 사실 구약성경을 옛 인간의 죽음의 율법으로 규정할 수 있다면, 신약성경은 새 인간의 생명으로 들어가는 율법으로 규정할 수 있다. 그런데 구약성경은 우리에게 이론적 관심 이상을 가지고 있다. 옛 인간의 죽음의 이러한 단계가 우리에게는 본질적으로 극복된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그런 것만은 아니다. 세례성사는 우리 안에 새 인간의 씨앗을 심어 놓았지만, 옛 인간은 여전히 우리 안에 생생하게 살아 있다. 우리의 모든 생명에서 우리는 죽고 태어나야 한다. 그리고 죽을 때, 하나의 씨앗으로 우리에게 심어진 이 새 인간이 살아 있는 것, 영원히 살아 있는 게 중요하다. 영원히 살아 있지 않는다면, 인간은 죽은 채 태어난 것이다. 잉태는 되었지만, 사산(死産)된 것이다. 여기서 세례성사는 잉태이다. 우리 자신은 우리의 자유 안에서 온 생애 동안 살아 있는 존재가 될 책임, 달리 말해 우리의 본질적 존재가 점진적으로 옛 인간에서 새 인간으로 나아갈 책임이 있다. 그리고 이것은 혼자 힘으로 되는 게 아니다.
새 인간이 씨앗처럼 심어진 존재로 알려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가 스스로 성숙한다고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치유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옛 인간은 항상 활동하고 있으며 생명력의 본질은 여전히 옛 인간의 손에 남아 있다. 그렇다면 그의 전략은 무엇일까? 그는 대놓고 새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 옛 인간은 매우 신중하다. 그는 세례를 받은 사람의 마음에 자신을 무신론자로 드러낼 경우, 세례자는 즉시 자신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옛 인간은 무신론자이면서도 종교인으로 변장한다. 그는 자기 방식으로 새 인간의 운명을 독점하고 풍자화한다. 그는 골수를 빨아들이고 그의 기생 동물이 된다. 옛 인간은 자신을 무신론자로 제시하지 않고 우상 숭배자로 제시한다. 그것은 훨씬 더 정교하고 명민하다. 달리 말해, 그는 하느님을 제거할 수 없음을 깨닫고 그를 손에 쥐고 자신의 모상에 따라 그를 형성하려고 한다. 옛 인간은 절대로 자신을 살아 계신 하느님의 손에 맡기지 않는다. 자신을 하느님의 손에 맡기는 것은 자신의 죽음이 되기 때문이다. 그 대신 그는 자신을 함께 살기 쉬운 편안한 하느님으로 만드는 것을 선호한다. 그렇게 명민하지 않은 젊은 날의 새 인간은 다른 어떤 존재가 자신을 위해 점차적으로 하느님을 형성하고 있음을 거의 의심하지 않고 오랫동안 살 수 있다. 그리하여 그는 살아 계신 하느님께 자신을 맡기는 대신, 자신의 손 안에서 꿈의 하느님을 발견한다. 그래서 그는 하느님께 충실하게 머물면서 자신의 양심을 만족시키고 위로하려고 시도한다. (…) 그 하느님은 아마 스스로 만들어 낸 하느님이 아니라 그렇게 해석된 하느님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 드라마이다. 곧, 옛 인간은 수도자가 되어 무미건조한 복음을 맛보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알려지지 않게 하면서 지옥을 포장하고 있는 좋은 의도들 한가운데에서 그리고 인간의 마음속에서 가장 고귀한 것으로 지나가는 모든 것 한가운데에서 기생자로 계속해서 존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모든 것을 변형시키고 모든 것을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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