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의 오랜 전통이었던 관상 기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미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영적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하여 동양으로 몰려가자 이를 안타깝게 생각하던 트라피스트 수도승들은 이들에게 그리스도교의 오랜 전통이었다가 중세에 사라졌던 기도, 즉 관상 기도를 전하고자 시도했다. 14세기 영국의 한 무명작가가 쓴 <무지의 구름>을 방법적 기초로 하여 전통적 관상 기도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하고 체계화한 이 기도는 “중심으로 돌아가자.”고 주창한 토마스 머튼과 베데 그리피스의 말에서 영감을 받아 향심 기도라 이름 붙였는데, 이는 세속 안에 살면서 영성 생활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관상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기도며 방법이다. 1970년대에 시작된 이 기도는 곧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를 대중화하려는 활발한 움직임으로 번져 갔다. 이 기도의 보급에 앞장선 대표적 인물들 중 한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저자인 토마스 키팅 신부다. 그는 고전적인 관상 기도의 가르침을 현대 학문, 특히 발달 심리학, 인류학, 물리학 등과 접목하여 현대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집필한 저서들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의 집필 초기 작품인 이 <마음을 열고 가슴을 열고>는 향심 기도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의 가장 보편적인 지침서로 애용되고 있는 저서다.
기도란 하느님을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한 것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관상과 관상 기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교회 안에서도 관상 기도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앞만 보고 달려가야 하는 성취 지향적인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영적인 것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다. 그 공허한 내면의 갈증을 해소하지 못해 사람들은 쾌락에 빠지거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는 우리의 생명이 솟아오르는 원천으로서의 하느님의 현존에 대한 체험을 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를 하느님에게서 떼어 놓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가 그분으로부터 떨어져 있다는 생각 그 자체일 것이다. 우리가 그 생각을 떨쳐 버리면 우리의 어려움은 크게 줄어들 것이고, 하느님과의 일치 상태로 이끌어 주는 향심 기도는 바로 이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좋은 수련이 될 것이다.
향심 기도는 우리를 하느님 손에 맡겨 드리는 것
<마음을 열고 가슴을 열고>의 원서 초판이 발행된 지 20년 만인 2006년에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완하여 새롭게 펴낸 개정판 원서를 재번역한 이 책은 제1부에서는 향심 기도의 방법과 이와 직접 관련된 개념적 배경을 다루고, 제2부에서는 그 방법에 대한 더 광범위한 배경을 제공하기 위해 영적, 역사적 그리고 신학적 성찰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부록에서는 향심 기도를 도와주는 수련 방법들과 기도 방법 그리고 이 책에서 언급된 용어들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곁들임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하느님 현존의 선물인 관상 기도를 받아들이도록 준비시켜 주는 향심 기도를 꾸준히 수련함으로써 하느님은 우리의 호흡보다도, 생각보다도, 감정과 선택 그리고 우리의 의식 자체보다도 우리에게 더 가까이 계시는 분임을 자각하고, 삶의 매 순간 하느님의 현존에 동의하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숙해 갈 수 있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
사랑이 결핍된 사람들에게는 더 많은 애정이 필요하다. 성령께서도 정신과 의사처럼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계신다. 그렇기 때문에 성령께서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더 많은 사랑과 정을 부어 주실 것이다. 그것은 그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거룩하다거나 성령께서 그 사람들을 더 사랑하신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것은 그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령께서는 언제나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주신다.
66쪽 ‘제3장 상징으로서의 거룩한 단어’
어떤 무엇보다도 순수한 믿음이 당신을 하느님께 가까이 가게 할 것이다. 하느님 경험에 집착하는 것은 하느님이 아니라 하나의 생각인 것이다. 향심 기도 시간은 당신의 모든 생각, 심지어 가장 좋은 생각이라도 그것이 지나가게 내버려 두는 시간이다. 만일 그것들이 정말로 좋은 것이라면 나중에라도 다시 돌아올 것이다.
74쪽 ‘제4장 떠도는 상상들’
그리스도인의 영적 훈련은 먼저 거짓 자아를 벗어 버리는 것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 그것은 하느님을 향한 우리의 진지함을 드러내는 증거로서, 하느님이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것 같다.
97쪽 ‘제5장 영적 주의성이 생겨남’
하느님은 두 팔로 우리를 안아 주신다. 왼팔로는 우리를 낮추시며 잘못을 고쳐 주시고, 오른팔로는 우리를 높여 주시며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다는 확신을 갖도록 위로해 주신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완전히 끌어안아 주시기를 바란다면 당신은 하느님의 두 팔을 받아들여야 한다. 한 팔은 우리의 정화를 위해 고통을 허락하시며, 다른 한 팔은 신적 일치의 기쁨을 주신다. 당신이 육체적 고통이나 심리적인 고통을 느낀다면 하느님께서 당신을 더욱 힘주어 안아 주신다고 생각하라. 시련은 그분의 불타는 사랑의 표현이지 거절의 표현이 아니다.
104쪽 ‘제5장 영적 주의성이 생겨남’
향심 기도를 오래 하면 하느님에 대한 신뢰가 더욱 증가할 것이고, 또한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을 마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진정으로 신뢰하는 사람 앞에서 당신은 자신이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를 마주 볼 수 있다. 만일 당신이 하느님을 신뢰한다면 당신이 어떠한 일을 했건 관계없이 그분이 계속해서 당신을 사랑하신다는 것을 알게 된다.
128쪽 ‘제6장 더 섬세한 종류의 생각들’
하느님에 대한 겸손과 신뢰가 깊어지면서 당신은 인격의 어두운 면을 더 쉽게 인정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자신의 인간적인 가난함과 무기력함의 중심에 다다른 것을 행복하게 느낄 것이다. 거기에는 더 이상 자신의 인격이나 재능에 대한 이기적이거나 소유적인 태도가 없기 때문에 당신은 하느님의 창조적 활동의 자유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당신은 이제 완전히 하느님의 손에 맡겨졌다. 내적 자유가 바로 이 기도의 일차적 목표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자유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는 자유, 즉 참자아가 되고 그리스도 안에서 변형되는 자유를 의미한다.
145쪽 ‘제7장 무의식의 짐 덜어 내기’
향심 기도 중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다루는 기본 원칙은 이렇다. 생각에 저항하지 말 것, 생각을 붙잡지 말 것, 감정적으로 생각에 반응하지 말 것. 어떤 상상이나 감정이나 성찰이나 경험들이 당신의 주의를 끌면 거룩한 단어로 돌아간다.
174쪽 ‘제9장 향심 기도 방법의 요약’
성체는 삶을 축하하는 것이다. 우주의 모든 물질적 요소들이 함께 모여 와서 인간의 의식 속으로 떠오르고 인간의 의식이 신적인 의식으로 변형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에 그리고 그 공동체를 통하여 신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우리는 성체가 되기 위해 성체를 받아 모신다.
213-214쪽 ‘제12장 그리스도인의 삶, 성장과 변형을 위한 지침’
참된 영적 수련의 목표는 육체와 정신과 영의 선한 것들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올바르게 이용하는 것이다. 인간 본성의 어떤 면도, 인생의 어떤 시기도 거부해서는 안 되며, 이것들을 각각 단계에서 펼쳐지는 자아의식 수준으로 융화시켜야 한다.21 이렇게 하여 각 인간 발달 단계에서 적절했던 부분적 선함은 간직하고 한계점은 뒤에 남겨 둔다. 그러므로 하느님과 같이 되는 것이 온전한 인간이 되는 것이다.
218쪽 ‘제12장 그리스도인의 삶, 성장과 변형을 위한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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