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KIRCHENGESCHICHTE II/2 : Theologie und innerkirchliches Leben bis zum Ausgang der Spaetantike
책 소개
『교회사 II/2』가 출간됨으로써 에른스트 다스만의 고대 교회사 삼부작은 완결되었다. 앞서 펴낸 두 책, 『교회사 I』과 『교회사 II/1』은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역사 및 교회의 역사적·정치적 사건들을 다루었다. 『교회사 II/2』는 4세기부터 고대 후기가 끝나는 무렵까지 그리스도교 교의사와 신심사의 전개과정을 보여 준다. 『교회사 II/1』의 뼈대가 서방 교회의 교회·정치적 주제와 교황사 연구라면, 『교회사 II/2』는 동방 교회에 초점을 둔 공의회사와 수도승생활사 연구이다. 저자는 이를 통해 동·서방 교회의 발전을 균형감 있게 조망하고 있다.
고대 원전에 근거한 본격적 교회사
다스만의 교회사 삼부작은 아마도 여태까지 한국에서 출간된 고대 그리스도교 교회사들 가운데 그 내용면에서 가장 신뢰할 만하고, 고대 원전에 근거한 깊이 있는 저작이라고 할 수 있다. 교부학, 교의사, 공의회사, 신학사, 이단사, 수도회사, 신심사 등과 관련된 내용을 압축적으로 정리해 놓았기에 사전지식 없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부분들이 더러 있을 수 있지만, 이 세 권의 책을 정성들여 읽는다면 고대 그리스도교 전반에 대하여 폭넓고 깊이 있는 교양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현대에 논의되는 신학적 쟁점의 근원을 이해하고 그 본질을 파악하는 데에도 훌륭한 밑거름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교회사』II/2는 고대 보편 공의회들의 쟁점을 비롯해 당시 교회의 주요 사안과 핵심적 인물에 대해 깊은 통찰과 간결한 해석을 담고 있으며, 교회의 내적 생활상을 풍부한 전거로 뒷받침하고 있다. 공의회 신학에 대한 뛰어난 분석과 더불어 동방교회의 수도승생활을 새로운 시각으로 제시하는 저자는 구원론적 관점에서 신선한 고대사를 제공하고 있다. “오늘날, 신앙은 참되다고 여겨야 하는 논제들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부름에 대한 인간의 기꺼운 응답으로 이루어진다고 흔히 강조한다. 동방 교부들은 이런 사실을 알았지만, 부른 분이 누구인지를 알면 적절히 응답할 수 있다고 여겼다. 인식은 행동을 요구하고 행동은 인식을 전제한다.”(28쪽) 우리의 맥락에서 볼 때에는 하느님과 신성을 둘러싼 교부들의 사변과 논쟁이 무의미하다고 느끼기 십상이지만, 결국 이 모든 신학적 논쟁과 사상적 쟁투는 하느님께 대한 더욱 적절한 응답을 모색하는 과정이었다. 다스만의 교회사는 공동체의 입장에서 가능한 한 객관적 시선으로 고대 신앙언어의 출처와 맥락을 보여 주고자 한다.
다스만의 교회사는 가볍게 넘기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이해할 수 있는 소양이 있다면, 이후에 읽는 신학서적들은 그리 어렵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읽는 데 공을 들여야 한다는 말이며, 중요한 신학적 주제들을 대거 포함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 책은 교회사를 공부하는 신학도뿐만이 아니라, 그리스도교 신학의 발생 배경과 전체적인 모습을 깊이 이해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저술이다. 그리스도교 영향 아래에 발전해 온 서구문화의 근저를 탐사하는 데에도 퍽 유익한 자료를 제공해줄 것이다.
동방 교회에 초점을 맞추어 공의회사와 수도승생활사를 다룬 『교회사』II/2는 교회의 신앙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 그렇기에 독자는 고대 교회의 핵심적 인물과 주요 사안에 직접 가 닿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지식과 정보만 제공해 주는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하느님에 의해 설립되었다는 믿음을 깨뜨리지 않고 오히려 강화할 수 있도록, 교회의 과거를 타당하게 기술”(15쪽)하고자 한다. 저자에 따르면, 교회사는 하느님의 구원이 역사 안에서 실현되는 것을 파악하는 신학 논문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교회사』 I권 5쪽 참조)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다스만의 교회사를 통상적 호교론을 넘어서 구원론에 바탕을 둔 비판 호교론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