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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에 대한 성찰과 깨달음
josee79
(IP: 118.235.91.**)
2024.10.30 19:14:14
조회수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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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질에 대한 깊은 이해와 영성적 삶에 대한 고찰로 많은 신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홍성남 신부님. 그분의 저서 뿐 아니라 강의도 좋아하는 나는 틈틈히 유튜브 채널에서 신부님의 말씀을 청강하곤 하는데 며칠 전 들었던 내용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사랑의 그림자와 같아요, 그림자 없는 인간이 어디 있어요? 우리 내면의 어둠을 끌어안고 성찰할 수 있어야 나 자신을 알게 되고,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거예요." 자신의 본질을 깨닫고 오롯이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타인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약한 부분, 내밀한 트라우마를 하느님께 보여드리고 그분께 모든 것을 맡길 때 비로소 자신을 알게 되고 본질에 충실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신부님은 말씀하신다.
사람들에게 보이는 삶을 위해 본체를 망각하고 페르소나에 집착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를 기만하며 자신을 갉아먹는 행위에 지나지 않음을 신부님께선 누누이 강조하신다.
'사람의 마음은 약하디 약합니다. 그런데 하느님 앞에서 약한 나를, 두려워하는 나를 솔직히 드러내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듭니다.' p.218
천성이 여리고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못했던 난 항상 인간관계에서 휘둘리는 을의 입장을 고수했고, 거절도 제대로 하지 못해 항상 남의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하는 쪽에 가까웠다. 누군가에게 미움을 사기 싫어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지 못했던 나는 신앙생활에서도 똑같은 패턴을 반복했다. 상대에 대한 미움과 불만을 차곡차곡 쌓아갈 줄만 알았지 그 어두운 감정을 건강하게 분출할 줄 몰랐기에 내 속은 어느새 화로 가득차게 되었고 전혀 생각지 않은 지점에서 분노를 폭발시키며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 시작했다. 내 자신의 심연을 깊이 들여다보지 못하고 왜곡된 자아상에 사로잡혀 있었기에 일상의 붕괴는 당연한 수순으로 찾아왔다. 곪을 대로 곪아 악취를 풍기는 상처, 과거에 대한 자책과 혐오만 남아버린 나는 그저 한 마리 짐승에 지나지 않았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나 자신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에 하느님을 향한 나의 기도는 지난날에 대한 회한과 절망만 가득했다. 십자가 수난을 앞둔 밤,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했던 마음을 하느님께 고백했던 예수님처럼 그분께 나아갈 수 있는 용기가 나에겐 없었다.
'예수님은 약한 모습을 통해 그분도 우리와 같은 사람임을 보여 주십니다. (중략) 저는 하느님 앞에 약한 자신을 고백할 때 진정한 힘이 생긴다는 것을 보여주셨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218
몇 년 전, 내면에 누적된 미움과 상처를 두서없이 고해성사로 토해냈던 기억이 났다.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로 신부님은 대답하셨다. "하느님께 뭐든지 말씀하세요. 자매님이 지금 느끼시는 모든 감정... 솔직히 그분께 털어놓으세요. 하느님께서 듣고 싶은 기도는 그런 거니까요."
과거의 상처와 미움을 끊임없이 곱씹으며 하느님을 원망했던 나. 모든 상황의 책임은 온전히 내게 있음을 인정하기 싫어 화살을 돌릴 누군가가 필요했던 나.
그런 나의 연약한 부분마저 구원의 빛으로 승화시키는 그분의 크심과 자비를 나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과거에 아무리 아픈 상처가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삶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과거에 나를 힘들게 한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서도, 지금의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p.52
상처의 심연을 굽어보며 스스로를 정직하게 응시할 수 있을 때, 한 치 거짓도 없이 솔직한 심경을 하느님께 보여드릴 수 있을 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확신을 가질 수 있다. 내면의 어둠과 상처를 수용하고 그분에게 모든 걸 맡길 때 나 자신의 본질을 깨달으며 진정한 자유로움을 깨달을 수 있다는 신부님의 말씀에 많은 깨달음과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 마음을 짓누르는 십자가는 결국 그리스도 부활에 동참하는 거룩한 여정이라는 것을, 찬란한 부활의 여명 속에서 모든 상처는 치유되고 절망과 슬픔은 환희의 신비로 승화된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며 살아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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