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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냉담을 시작하려 합니다
저는 8월 31일부터 성당에 나가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 있는 불편함 때문에 신앙생활이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묵주를 만들어 드리면 축복까지 받아오길 요구하는 분, 자기 집 앞에 갖다놓으라고, 제가 수고하길 좋아하니 그렇게 하라는 분들이 있습니다. 또 대리 조배, 대리 독서, 성체조배실 청소, 초 봉사, 자기들이 해야 할 일을 저에게 떠넘기고 희열을 느끼시는 분들이 가득한 성당에 더는 다닐 의향이 없습니다.
저의 호의를 당연하게 여기며 더 많은 것들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싫었습니다. 마주치기만 하면 뭐 해 달라 뭐 해 달라. 정말 짜증이 나서 돌아버릴 것 같았습니다. 이런저런 요구들을 거절 없이 다 들어주니 아예 제 개인톡으로 당당하게 요구합니다. 고마움이나 미안함도 없이 미소 스티커만 날리면 끝입니다. 화가 치미는 것은 저의 예민하고 못된 성격이라 그런 것 같아 가끔 스스로에게 놀라기도 합니다.
당연히 성체조배회와 소공동체 모임은 모두 나왔습니다. 성체조배회 조장님께서 전화를 주셨는데 갑자기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잘 다니던 성당을 갑자기 안 나가니 부모님은 계속해서 성당에 안 나가냐고 물어보십니다. 엄마에게는 사실대로 말씀드렸습니다. 솔직히 성당에 다닐 적에도 눈치를 많이 봤는데(저를 제외한 모든 가족들이 불교 신자이기 때문입니다) 성당에 안 나가도 눈치를 보게 됩니다.
그러나 가톨릭 서평단 활동은 그만두지 않고 있습니다. 직접 구입하거나 선물로 받은 여러 성물들도 아직 폐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만둘 생각이 없으며 폐기할 마음도 없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거절하질 못해서 그러는 거라고 다 제 잘못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미사에 나오기 싫다고 해도 나와야 한다고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하는데 저는 안 나가는 게 훨씬 더 속이 편합니다.
돈이 없는 가련한 학생 신분인 저를 살뜰히 챙겨주지도 않으면서 부려먹을 때만 에스델 에스델 이거 좀 도와줘요 저거 좀 도와줘요 이제는 지긋지긋합니다. 축일을 챙겨주길 하나 생일을 챙겨주길 하나 청년회에서도 저를 무시하고 멸시해서 나와 버린 마당에 오죽할까요. 제가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응원한다는 조롱 섞인 웃음만 댓글에 올라옵니다. 확 팔로우를 끊어버릴까 생각하고 있어요.
성모님에 관한 은혜나누기를 읽으면서 저는 하느님 성모님 눈치만 보며 살아왔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습니다. 힘이 없다보니 늘 눈치만 살피는 눈칫밥 인생입니다. 다들 너무 행복해하고 기뻐하는데 저는 눈치를 살피고 몸을 사리기에만 바쁩니다. 힘을 기르고 자리를 잡기 전에는 절대 성당으로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청년회 일일호프에서는 돈 많고 영향력 있는 분들이 삼삼오오 모여 먹고 이야기하는데 저만 외톨이였습니다.
성당생활이 괴로운 걸 어디다 이야기할 데도 없습니다.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복지관에 다닐 때는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수료하고부터는 그 누구와도 연락할 방법이 없습니다. 제가 너무 어린가요? 제가 너무 예민하고 모났나요? 사람들은 성모님 망토에 폭 안겨 있는데 저만 눈치 보며 겉돌고 있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저는 하느님과 성모님께 철저히 버림받고 구원받을 수 없는 사람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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