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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즉시 내어맡김을 할 수 있을까

tw.stella (IP: 221.167.57.***) 2024.05.07 00:03:24 조회수 28
기적은 존재한다 판매금액 16,000원

▪️베르나데트 모리오의 《기적은 존재한다》를 읽었다. 보조기구없이 움직이기 힘든 질병을 가졌던 프란치스코회 노수녀님이 루르드 성지 순례 이후 치유의 기적을 만난 증언집이다.

 

▪️밑줄긋기

 

루르드 의료국 성명

 

베르나데트 모리오 수녀, 브렐(프랑스) 거주

진단 : 요부근과 선골근의 다발성 신경근 병증, 흔히 마비증후군으로 통칭

치유일 및 당시 연령 : 2008년 7월 11일, 당시 69세

인정 교구 및 인정일 :  보베.누아용.상리스(프랑스),2018년 2월 11일

_p.211

 

내 경험담이 알려진 후에 만났던 사람들, 길거리에서나 언론이라는 화려한 울타리 안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같은 간판을 단 집에서 살고 있었다. 사랑의 결핍,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인정받지 못하는 데서 느끼는 결핍, 과잉의 홍수 속에서 갈피를 잃은 심각한 자유의 결핍,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를 망가뜨리는 몸과 마음의 질병을 앓고 있었다. 

아무리 상처받은 삶이라도 실패나 불합리로 끝날 운명에 처해진 삶은 어디에도 없다. 하느님이 기적을 일으키실 곳은 우리의 삶의 여정 중에서도 망가진 철판처럼 주름지고 구겨진 곳이다. 단, 조건이 있다. 우리가 불행이 들어앉은 방의 문을 하느님께 활짝 열어드리려는 마음을 가져야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내어 맡김이라고 부른다. 하느님이 행동하실 여지를 우리 내면에 남겨두지 않는다면 하느님은 무력하실 수밖에 없다. _p.145

 

▪️루르드는 가톨릭 교회가 공식 인정한 프랑스 피레네 주에 있는 성모 발현지다.  1858년 2월 11일부터 이곳에 있는 마사비엘 동굴에서  베르나데트라는 소녀에게 성모님이 발현하시어  샘물을 마시고 몸을 씻으면 치유의 은총이 있을거라고 알려주신다. 이후 이 동굴의 생수는 질병을 치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지금까지 수많은 환자들이 찾고 있다. 그래서 루르드를 다녀온 신부님이 선물해주신 묵주알은 맑은 샘물색을 띄었었나보다. 

 

중증장애인과 다름없었던 모리오 수녀님은 보조기구를 착용하고 긴긴 기차여행으로 루르드를 다녀오신 다음 '보조기구를 벗어라'는 내면의 소리를 듣는다. 이것은 마치 예수님이 누워있는 병자에게 '일어나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라'하신 장면처럼 드라마틱하다. 

 

10년에 걸친 교회와 의료당국의 조사에 의해 '특별한 치유'로 인정되기 위한 조건 중에 하나는 갑자기, 예상치 못하게, 순식간에, 완전히 일어나야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왜 즉시!여야할까. 그 기적이 공인할만한 것인지 10년이나 조사하고 토론하고 심문?하고 의심하면서 그 기적의 순간은 곧바로!여야할까. 복음서의 병자도 '벌떡' 일어났고, 바오로의 회심도 '즉시'였으며 마리아의 대답도 '바로'였음을 묵상해본다. 부르심에 응답하고 내어맡기는 마음을 여는 것은 계산적이지 않은, 잡념이 개입하지 않은 순간이기 때문인가한다. 

 

▪️혹시 모리오 수녀님의 증언이 주는 환희만을 그리는 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가톨릭신자로서 그 은총을 듣는 일은 중요하지만 나는 아직 토마스같은 신앙을 가진 자라 허리에 손가락을 넣어봤으면, 은근히 바라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를 검증했던 수많은 의사들이 의학적, 과학적으로 특별한 치유를 인정했다는 뒷받침은 조금 아쉽다고생각했다. 그러나 프랑스 어느 철학자의 비판을 들으니 오히려 손가락을 갖다대어본 후련함이 있다. 

 

철학자 라파엘 안토벤은 논평에서 "보베 교구 주교가 단지 아직 설명되지 않았을 뿐인 현상을 기적으로 치부했다. 현재 과학지식에 기초해서 내린 일시적 검토결과를 어떻게 영원히 남을 결과로 받아들일수  있나. 아무 의미없는 일이다. 불가사의에 신비함이라는 조명을 켰지만 어둠만 더 깊어졌다. 이들은 암흑을 확산시켰고, 종교를 미신의 영역에 넣어 동요하게했다"

 

이에 80세가 넘은 모리오 수녀님은 말한다. "나는 기적을 믿게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저 내게 일어난 일을 말해야할 의무만 있습니다"

 

겁내지 않는 자의 목소리는 샘물처럼 투명하다. 

 

나는 즉시, 바로, 갑자기 응답하거나 회심하거나 기적을 받아들일수 있나. 

주님이 나를 기다리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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