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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으므로 승리한 것 … 우리 존재 자체가 본질이다.

jmhmhmh (IP: 168.131.53.**) 2024.04.22 15:53:32 조회수 28
기적은 존재한다 판매금액 16,000원

📖<기적은 존재한다> 베르나데트 모리오, 가톨릭출판사

기적이라는 신비에 대해, 환희와 같은 맛만을 떠올렸던 내 작은 지평을 끌어올려준 책. 책을 읽고 덮은 뒤, 내면의 뿌리가 더욱 깊은 땅으로 뻗어나갔다면 - 그 책은 좋은 책이다. 영혼을 성장시키는 거름이자 보약, 이 책은 내게 그런 책이다. 19년도 출간때부터 부리나케 간직해왔건만 완독은 이번 클래식리더스를 계기로 처음이다.


'기적'이라는 언어가 주는 설렘과 희망, 환희에 대한 꽃잎만이 가득하리라 펼친 손이 무색하게, 이 책은 - 기적을 증거하는 길을 걷는 걸음과 발자국, 그리고 먼지와 흙냄새가 가득하다. 외려 그 흙가루가 묻은 낡은 신을 마주하며 - 기적에 대해 묵상을 깊이게 되었다. 그 흙냄새 덕분에 이 책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기적은 비비디 바비디 부!와 같은 요정대모의 반짝이는 지팡이가 아니었다. 내가 믿는 신 또한, 반짝이고 흠없이 완벽하기만 한 융단만을 고집하는 존재가 아니다. 하느님은 볼품없고, 절망적이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우리들의 살아있는 모든 작은 상처를 통해 빛을 낸다. 저자인 베르나데트 모리오 수녀님의 삶과 고백은 그런 우리의 하느님을 닮아있다. ​ 어려서부터의 삶의 고단한 여정들, 젊어서 갑자기 찾아온 병과 수십년에 거친 투병생활,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 등 - 수녀님은 가장 깊숙한 슬픔과 상처도 아낌없이 이 책에 담아 두셨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삶을 걷다 마주한 치유 앞에 얼떨떨한 기쁨까지 - 한발한발 걷듯 읽었다.


책 앞부분에서부터 이미 치유 기적을 만나버린 뒤라, 더 많이 남아있는 책장들에 무엇이 쓰여있으려나 - 생각했던 나의 어리고 얕은 생각을 반성한다. 치유, 그 이후부터가 진짜 이 책의 알맹이였음을. 기적에 대해 치밀하고 차가운 검증의 시간 10년을 차분히 서술해나가는 책 앞에 루르드를 다룬 영화 <미라클>에서 기적을 마주한 이들의 천태만상이 떠올랐다. 눈앞에 기적을 마주하고도 부정하는 이들부터, 끊임없는 의구심과 수많은 이들의 모습들. 기적 심사가 1년 길어야 3년일거라 생각했는데 - 70번째 기적심사가 10년이 걸렸다니. 그것도 다정다감 심사가 아닌 - 수백명의 의사들로부터 여러차례 검증과 홈그라운드라 믿는 우리네 교회 또한 얼마나 신중한 지. 냉철한 이성으로 수녀님의 치유를 신중히 대하는 교회를 보며, 내가 아는 여러 TJ성향(MBTI)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을 떠올렸다. 이성으로 신앙을 대하는 분들이 성소에 이르는 것을 보며 - 어쩌면 이 분들의 성소가 이 시대의 표징이 아닐까 … 생각한다. 아울러 내가 믿는 가톨릭 신앙이 결코 뜬구름 잡는 허황이 아님을 - 과학이 만연한 시대에 종교란 - 결코 옛 전설 속 이야기가 아닌, 현재 살아있는 신앙으로서 이성과 함께 삶을 지지한다는 것. 수녀님의 기록들을 읽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책을 읽으며 한 가지 더 건져올린 귀한 보물. '순명'에 대한 가치에 조금은 더 다가갈 수 있었다는 것. 모태신앙 천주교인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기 주관과 자립적이고 독립적인 고집이 센 나는 - 순명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헌데 이 책을 통해 마음이 열린 것일까. 순명이 미덕이라는 수녀님의 글에 마음이 움직였다. 맹목적인 동조가 아닌 - 겸손과 내어맡김의 열매가 순명이라는 것. 순명은 내게 다가오는 시간을 존중하는 태도이자, 삶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


'겉모습에 모든 것을 거는 세상' 앞에 흔들리지 않고, 온전히 나로서 일어서 있을 수 있는 힘이란 - 생각보다 작고 작은 어떤 것일 수 있겠노라는 생각. 우리네 나약한 사람의 마음이란, 지금 이해되지 않는 고통과 어려움을 마주하며, 얼마나 쉽게 좌절하고 절망하는지. 심지가 강하다고 자부하는 나 또한 수십번 다짐하며 평화 안에 머물다가도 - 현실의 파도 앞에 금새 마음 힘이 푹 꺼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세상을 살고있다는 것일테다. 하지만 이런 우리의 약한 삶의 여정 중에 - 망가진 철판, 주름지고 구겨진 어느 상처들을 통해 - 주님은 기적을 일으키신 다는 것. 실패나 불합리가 아닌, 우리 존재 자체가 본질이고 기적이라는 것. 그러한 삶의 진실을 - 이 책은 소중하고 결연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독자에게 쥐어준다.


그 열매를 쥐고, 남은 이번달도 살아 승리해야겠다.

하느님의 숨으로 숨을 쉬어야겠다.


_클래식리더스 4월 도서 서평 기록 

  https://blog.naver.com/athanabooks/223423402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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