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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세계

sanso1323 (IP: 210.101.82.***) 2023.09.27 16:58:40 조회수 226
기도의 세계 판매금액 35,000원

'기도'는 신앙생활의 핵심이자 신앙인이라면 반드시 따라야 하는 중요한 소명이다. 보통 신앙생활의 양대 산맥으로 '미사'(성사생활)와 '기도'를 언급할 정도로 '기도'는 그리스도인과는 뗄레야 뗄 수 없을만큼 중요한 신앙생활의 핵심이 된다. 또 '기도'를 '하느님과의 대화' 라고도 한다. 나약한 인간이 절대적이며 한분이신 하느님과 나누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이해가 쉬울 것이다.

 

9월 가톨릭출판사 캐스리더스 도서로 선택한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의 《기도의 세계》는 바로 신앙생활의 핵심인 '기도'에 관하여 자세히 다루고 있다. 이 책은 기도를 바탕으로 한 슈파이어의 깊은 영성을 담은 작품이다.

 

"기도를 통해 하느님을 바라보는

인간, 인간의 기도 안에서 당신의

뜻을 드러내시는 하느님."

 

위의 문장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기도는 내가 하느님과 결속되는 것이고, 이는 깨어 있는 믿음을 가리키는 표지가 된다. 기도 안에 머물며 그분의 뜻을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신앙인이 나아갈 길이며, 그 안에서 우리는 그분께서 드러내시는 뜻을 알고 그분의 말씀대로 살아가게 된다. 

 

기도의 첫째 과제로 나 자신이 하느님에게서 멀어졌음을 의식하는 일이라는 말도 인상 깊었다. 스스로 하느님에게서 멀어졌음을 인정하는 것은 겸손한 마음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이러한 성찰을 통해 나의 죄를 뉘우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복음서에 나오는 '되찾은 아들'처럼 겸손한 마음으로 주님을 향할 때 우리는 그분을 더욱 더 갈망하게 되고 그분의 품으로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다.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책의 핵심은 1장과 2장이다. 1장에서는 '기도의 본질'에 대해 다루고 2장에서는 '기도의 원천'으로 특히나 '삼위일체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지는 기도'를 매우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기도는 하느님과 함께 사는 영적이고 신비스러운 삶이자 그분의 현존하심과 그분의 신적이고 삼위일체적인 사랑에 참여하는 것을 1장과 2장에서 설명하고 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세상을 살아가는 나와 하느님의 뜻이 충돌하는 순간이었다. 나의 욕심을 내려놓고 비워낸다는 것은 탐욕이 가득한 나와 하느님의 뜻을 따르려는 나의 기나긴 싸움이었다. 내가 바라는 것이 하느님의 뜻과 같기를 바라는 기대와 그 뜻이 다를 때 나를 내려놓고 하느님을 선택하는 것은 아마도 내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끊임없이 지속될 전쟁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기도는 전 존재를 하느님께 맡겨 드리려고 애쓰는 것이다. 우리가 하느님 앞에 항상 서 있는 것이며 하느님과 맺는 친교이고, 온갖 장애를 걷어 내고 하느님 말씀을 듣고 그분을 따르는 우리의 의지이다. 그렇기에 그리스도인은 기도하면서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그분을 본받아 나의 삶 전체에 대한 태도가 그분의 말씀과 조화를 이루며 성숙해져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참된 기도 안에서 하느님께 다가갈 수 있고 이를 통해 나란 존재는 하느님의 사랑스러운 자녀로 살아갈 수 있음을 기억해야겠다.

 

읽으면서 굉장히 어려웠던 책이었다. 내용도 방대했지만 기도에 관해 광범위하게 다룬 것 뿐만 아니라 그 깊이 또한 내가 다 소화하기에 쉽지 않았다. 그만큼 저자의 신학적 지식과 영성이 깊기 때문일 것이다. 세 위격인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서로를 어떻게 초대하시고 기도 안에서 삼위일체가 어떻게 활동하시는지에 대한 부분에서 성부의 뜻과 그분의 기대와 사랑에 따라 성자와 성령의 영원한 두 위격이 완성된다는 고급진 표현도 인상 깊었다. 

 

기도를 하다보면 종종 더 깊은 절망감이 몰려오는 순간이 있다. 그분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거나 어떠한 빛도 나에게 비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경우이다. 내가 바라고 원했던 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절망감은 커지고 나약한 내 모습에 스스로 실망하다보면 신앙이 늘 제자리를 맴도는 것만 같다.

 

그럴 때마다 나의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겸손한 마음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모든 것은 그분께서 주관하시고 그것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것 역시도 하느님께 달렸음을 기억하며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하시는 주님을 믿고 그분과 함께 동행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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